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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드라이브 마이 카

by Jevestor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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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을 받아 시청했다. 일본 특유의 감수성, 그리고 뭔지 모를 난해함이 어우러진 영화였다. 허나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막바지에 들어갈수록 특유의 감수성은 작품성이 되고, 난해함은 완성도로 다가왔다.

일본 문학 작품은 인간 탐구에 대한 사유가 대단하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우리 내면을 깊고도 자세하게 나열한다. 그래서 슬쩍보면 난해하지만 오래보면 공감을 느낄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깊은 생각을 남기는 영화도 아니다. 그냥 나를 이해하는 한발짝 도움이 되는 영화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라 앞부분을 다소 지루하게 느낄 있다. 그러나, 한번 보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보길 추천한다. 영화는 2023 1 24 현재 기준 왓챠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영화에 대한 평점은 4.5/5점 이다.

 

 

<영화해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1. 사회성

주인공 부부, 가후쿠와 오토는 무색무취의 사람이다. 둘의 대화는 마치 안드로이드 같다. 가후쿠는 본인이 말하는 "사회성" 없는 사람들과 다르다. 사회적인 시선에 아주 적절히 부합하는 사람이다. 마치 스스로를 지운 것만 같다. 본인의 모습은 사라진 "사회성" 남아있는 껍데기와 같다. 가후쿠의 무색무취는 이런 "사회성" 대한 집착으로부터 파생되었다.

 

그러나 부인 오토의 바람 상대인 타카츠키는 다르다. "사회성" 보다 감정이 앞서는 남자다. 사회적으로 잘못된 것 인줄 알지만 본인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가 마음을 표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 폭력을 휘두른다. 모습은 타카츠키가 연기할 캐릭터에게도 똑같다. 감성을 빼고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과정에서도 타카츠키는 감정을 쏟아 결국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타카츠키는 "사회성" 인간이 아니다. 감정 그대로 달려가 부딪힌다. 가후쿠는 모습이 배우로서 단점이지만 편으론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은 가후쿠의 빨간색 자동차 안에서 이뤄진 타카츠키와 대화 속에서 더욱 확고해진다. 타카츠키의 비사회적인 모습, 다시 말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타카츠키는 가후쿠가 모르는 오토의 이야기를 들을 있었다. 내가 남편인 내가 모르는 오토의 모습은 타카츠키 처럼 진심으로 상대를 마주 했을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오토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을지 가후쿠는 끝내 알 수 없다

가후쿠는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비사회적인 행동을 한다. 본인의 빨간색 자동차 안에서 선루프를 열고 담배를피운다. 처음으로 차안과 밖이 연결된, 내면과 사회가 부딪히는 경험을 한다.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 다시 말해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간다.

 

 

 

2. 빨간색 자동차 그리고 무너진 토사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후쿠의 빨간색 자동차는 보이는 주변 다른 자동차와 다르다. 무엇보다 가후쿠 본인을 보여준다.  안에서 가후쿠는 진짜 "" 존재한다. 밖에서는 교통 법규를 지키는 "사회성" 인간이지만, 안에서는 오직 나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오래된 클래식 자동차는 가후쿠의 내면을 표현한다.

 

가후쿠는 남이 운전하는 싫어한다. 차 안에, 즉 내면에 다른 사람들 들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차를 타는 인물은 부인을 포함한 4명이지만, 운전을 맡기는 사람은 부인 오토와 드라이버 미사키뿐이다. 심지어 가후쿠는 안에서도 거리를 둔다. 내면 속에 사람을 들였어도, 거리감을 둔다.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사회적인 내가 아닌, 진짜 나로서평가받기를 두려워한다.

가후쿠는 미사키가 내 차를 운전하는 게 미덥지 못하다.

드라이버 미사키 또한 가후쿠와 같은 무색무취의 사람이다. 다혈질인 엄마 밑에서 남의 비위를 맞춰 운전을 배운 아이. 이렇게 미사키어린 시절부터 본인 내면을 숨기며 살아왔다. 모습, 운전 스타일을 보이면 엄마는 나를 구박했다. 엄마라는 사회가 나를 "사회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압박했다.

 

미사키 엄마는 사고로 죽었다. 토사가 무너져 엄마를깔아뭉갰다. 미사키에게 있어 빨간색 자동차는 무너진 토사다. 누구에게도 본인의 진실을 말하거나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사회성" 인간으로서 일만 했왔을 뿐이다. 미사키 본인의 내면을보여준 가후쿠에게만 무너진 토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 불안한 안정감

토사가 무너져 미사키 엄마를 덮쳤을 , 미사키 구조 신고를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미사키 본인이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구할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자신을 몰아 세운다.

 

가후쿠도 마찬가지다. 본인도 스스로 부인 오토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나눌 있냐던 오토의 결심 속에서 가후쿠는 불안함을 느껴 일부러 집에 늦게 돌아갔다. 시간 오토는 쓰러졌고 구조되지 못한다.

가후쿠는 두려움에 차마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한다.

미사키와 가후쿠는 둘은 모두 엄마와 그리고 부인 사이 관계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관계를 끝낼 없다. 불안하더라도 연결된 이 안정감이 사라지는 게 더욱 두렵다. 불안한 안정감이란 모순 속에서 둘은 끝없이 고통받고 자신의 내면을 더욱 감춘다.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모두 본인의 내면이 존재한다. 가후쿠의 빨간색 자동차, 미사키의 무너진 토사와 같이 남에게 보여줄 없는 진짜 나만의 모습이 있다. 부인 오토의 진짜 모습은 작가로서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토는 평상시에 이야기 꾼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섹스를 통해야지만 본인의 내면에 다가갈 있다. 오토는 다른 남자와 불륜 속에서 엄청난 불안감을 느겼을테지만 멈출 . 아이러니하게도 오토는 섹스를 통해서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을테니까.

 

 

 

4. 말이 통하지 않는 연극

영화 연극은 독특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여러 언어가 뒤섞여 있다. 그러나 한가지 주제로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변함이 없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연습 할 때에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모두 책상을 똑똑 두드리는 신호로 대사가 끝났음을 상대에게 알려준다.

 

로봇처럼 딱딱하게 반복하는 대본읽는 연습은 "사회성" 기르기 위한 연습이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며 연극에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들 노력한다. 그리고 연습 막바지에 도달해서야 감정을 넣고 연기하기 시작한다. 만일 대본읽기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상대방 대사를 이해하지 못해 역할에 몰입할 없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아는건 모르는 것만 못하다.

이는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분명 우린 같은 주제를 놓고 대화하지만 마음이 통하진 않는 경험을 많이 한다. 심지어 연극과 다르게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그런다.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있다면, 표면적인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성" 높아 상대방을 이해한다 쳐도 그건 좋은 연극이 아니다. 삶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과 감정이 버무려져야 한다.

 

 

 

5. 결론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내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때로는 내면을 쉽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러지 못한다. 우리는 비겁하게 불편한 상황을 피해 모면하려 한다. 그게 나를 더욱 고통 속에 밀어넣는 행동일지라도 우리는 진짜 모습으로 당당히 맞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겪는 순간의 아픔을 싫어한다.

 

당당한 삶이란 무엇인가. 멋있는 연극이란 무엇인가. 사회를 살아가는 있어 내가 지켜야 규정은 무엇인가. 그리고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살아가면서 아픈 상황은 반드시 온다.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은 삶에 있어서 필연이다. 필연을 회피하고자 내면속에 갇히면 시야는 점점 가려진다.

내면에 갇혀 있다면 내 시야는 점차 좁아진다.

가후쿠는 내면 속에서 시야를 잃었다. 접촉사고는 다행히도 가벼운 사고로 끝났지만, 부인을 잃고 말았다.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 부끄러워 내면 속에만 머무르지 말자. 때론 달리는 차안에서 창문을 열고 공기를 마시자. 그리고 운전석에 타인을 앉혀 내가 아닌 타인이 원하는 곳에 자동차가 달리도록 내버려 두자.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자.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게 진짜 드라이브다.

내 인생의 드라이브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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